강원은 올 시즌 가장 합리적인 프레스를 가져가는 팀입니다. 수를 무작정 많이 투입하는 것도 아니고 어정쩡하게 끌려다니다가 허용해선 안 되는 구역을 쉽게 허용하는 팀도 아니에요. 전방에 있는 두 선수가 약속된 움직임을 통해 상대를 봉쇄하고 나머지 선수들은 이 두 선수가 마련한 상황에 타이트함을 부여합니다.
야잔이 벤치에서 시작한 서울은 이런 강원의 압박을 약 25~30분까지 제대로 탈피해내지 못하구요.
강원은 두 명의 전방 유닛이 경기장을 좌우로 나누어 한 명은 볼을 잡고 있는 선수에게 쇄도, 한 명은 상대의 중원 - 측면의 연결고리를 갈라놓는 형식으로 서울을 상대합니다. 그리고 측면 유닛은 상황에 따라 상대 풀백 혹은 내려와서 받아주는 선수를 마크하구요.
기본적인 시스템은 이렇습니다. 쇄도하는 선수가 최대한 빠르게 스프린트를 걸어버리니까 볼을 잡은 선수는 좋은 패스를 가져갈 몸 상태를 못만드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다보니 안전하게 측면으로 빼거나 몸을 닫아버리는데, 그러면 완전히 강원의 페이스에 말려버리는 겁니다. 강원을 상대하면서 우물쭈물 하면 무조건 당해요.
전환을 하더라도 문제입니다. 강원의 전방유닛은 무작정 가까운 사람이 볼을 쫓아가는 게 아니라, 경기장을 반 딱 나눠 역할을 분담하기 때문에 비슷한 시퀀스가 전환을 해도 계속 발생해요. 이 상황에서 제대로 볼 처리가 안 되면 그대로 위험 구역에서 볼을 내주게 됩니다. 전방으로 볼을 보내려고 해도 자세를 만들어놓지 않으면 정확도가 급감하게 되겠죠.
부천과의 경기에서 서울은 상대를 끌어들이고, 페어를 잡은 상태에서 소 vs 소 구도로 볼을 전방에 내보냈었는데 그 때와 다른 점은 내가 얼마나 100%에 가까운 자세로 볼을 찰 수 있는가. 강원은 서울 선수들이 전방을 바라보지 못하게끔 경기를 펼칩니다. 볼을 차더라도 무너진 자세에서 차라 를 유도한거구요.
가장 좋은 시퀀스들은 이런 거겠죠. 상대가 볼을 계속 측면으로 빼고 전방에 볼을 차려고 해도 정면을 바라보질 않으니까 가는 곳은 정해져있고. 그러다보면 전방 선수들을 보좌해주는 양 날개의 유닛들이 서울의 선수들 2명을 잡고있다손 볼의 흐름 파악하기가 쉬운 겁니다. 서울은 이 지점에서 볼 손실이 정말 많았음. 시즌 모든 경기 통틀어서요.
두드러졌던 건 로스의 미스들. 야잔의 부재가 무척 심하게 느껴졌던 전반입니다. 강원은 대놓고 로스를 타겟으로 삼는 시퀀스를 가져갔습니다. 로스는 야잔보다 페이크에 능하지 않고 판단 속도도 빠르지 않기 때문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구요. 아무래도 이전 경기들에서는 야잔이 풀어주는 경우가 많았는데, 파트너인 박성훈 역시 빌드업 리더로의 역할 수행은 힘들기 때문에 배로 느껴졌습니다.
강원은 어쨌든 상대가 전환을 할 때 공의 거리에 따른 스위치가 아니라 정해진 스위치다보니 그만큼 볼을 가진 입장에서 여유있는 상황도 분명히 나옵니다. 근데 로스는 이 부분에서 주춤거리곤 했어요. 컨택이 지속적으로 들어온 다는 걸 안 순간 터치도 보수적으로 바뀌구요.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여유를 되찾은 후에는 어느정도 안정감은 찾았습니다. 급하게 측면을 바라볼 필요가 없다는 걸 안 거죠. 찬찬히 상대가 엇갈리는 타이밍을 모색하면 기회가 온다는 걸 파악은 했습니다.
이런 장면들이 대표적이구요. 상대를 파악하고 나니까 이제 무작정 측면으로 몸을 돌려버리지 않는 거. 그러니까 강원도 먼저 출발하진 못합니다. 먼저 쇄도에 들어가면 공간이 생기는 걸 누구보다 잘 알아요. 허점이 없는 프레스는 아님.
그리고 이걸 가장 빠르게 파악한 게 김진수. 강원의 압박은 중원으로 가는 길을 전방에서 최대한 봉쇄하는 거지 모든 선수들이 일제히 강한 프레스를 거는 건 또 아니거든요. 그래서 합리적이라고 한 건데, 그러다보니까 한 끗만 벗겨내면 전방과 후방 대형 공간이 비게 됩니다.
서울은 이를 적극 이용하구요. 김진수가 모재현을 최대한 끌어내면, 그 뒷 공간으로 한 명이 들어가면서 상대 수비 한 명 끌어내고. 거기서 이어나가든지 아니면 전방으로 차서 소 vs 소를 만들어내든지.
김진수는 모재현을 상대로 계속 심리전을 걸어댑니다. 킥이 좋다보니 상대 입장에서는 일단 붙어야 하는 상황들이 생기고 이걸 활용해서 다른 공간이 많은 선수들에게 볼을 전달했음. 동시에 로스의 부담까지 덜어줬으니 전반전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김진수가 맡았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강원이 김진수 때문에 말린 건 아닙니다. 반대 사이드에서는 아직까지도 좋았고, 김진수가 저 포지션을 가져가면서 서울이 좌측에서는 기어를 확실하게 올려대진 못했음. 아무래도 김진수가 최준처럼 종횡무진 뛰어다닐 수는 없으니까요.
진짜 문제는 쌍방 퇴장이 나오면서인데, 강원 입장에선 양 날개와 중원을 소거할 순 없으니 제어 시스템인 전방 유닛을 한 명 줄일 수밖에 없었다는 거.
그러면서 스프린트는 복잡하지 않고 단순하게 전방 맨투맨 위주로 흘러갑니다. 그리고 야잔이 들어오구요. 서울은 이 시점부터 본인들이 가장 잘 하는 거 합니다. 역발 배치해서 상대 좁히게 만들고, 측면 스몰게임.
야잔이 들어온 순간 강원은 야잔의 전진도 생각해야하고, 측면도 한 번 밟아줘야 하고 하는데 에너지레벨은 당겨써놨으니 기존과 같은 압박 성공은 보여주질 못합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대형이 좁아지고 전진 패스 허용률이 높아져요. 그래서 차용한 게 손을 쓰거나 컨택을 강하게 가져가는 거. 쉽게 쉽게 파울로 끊어냅니다. 그게 아니면 야잔이 건재한 지금의 서울은 막아낼 수 없거든요.
그러다 조영욱의 슈퍼 패스가 나왔고, 경기는 여기서 거의 끝났습니다.
오늘 아니면 내일 아침 울산 vs 대전 올립니다. 긴 글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